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ABA(응용행동분석)에서 활용하는 대표적인 교수방법으로 DTT(개별시도교수, Discrete Trial Teaching)가 있습니다. DTT는 교사가 명확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아동의 반응에 따라 적절한 피드백과 강화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는 교수방법입니다.
그렇다면 TEACCH(자폐 및 관련 의사소통 장애 아동의 치료와 교육)는 무엇일까요?
간혹 TEACCH를 DTT처럼 아동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하나의 교수방법으로 이해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TEACCH는 DTT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DTT가 개별적인 학습 기회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특정 기술의 습득을 돕는 교수방법이라면,
TEACCH는 아동의 특성과 학습 방식을 고려하여 교육과 일상생활 환경을 구조화하는 포괄적인 교육적 접근입니다.
특히 TEACCH에서 중요하게 활용하는 구조화 교수(Structured Teaching)는 시각적 정보와 환경의 구조를 통해 아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보다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DTT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교수방법이라면,
TEACCH의 구조화 전략은 '아동이 이해하고 스스로 행동하기 쉽도록 환경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도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접근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며, 아동의 특성과 교육목표에 따라 함께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TEACCH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부모님들이 가정에서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구조화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왜 가정에서도 구조화가 필요할까요?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아마도 일상생활과 관련된 지시일 것입니다.
"신발 정리해야지."
"양말 벗어서 통에 넣어."
"장난감 정리하고 손 씻어."
그런데 이러한 지시를 매일 반복하고 있는데도, 아동은 부모님이 말해주지 않으면 행동을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히 할 수 있는 행동이고 여러 번 연습한 활동인데도 부모님의 지시가 있어야만 행동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동이 해당 행동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출 후 신발과 양말을 정리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아동이라도, 부모님의 언어적 지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면 독립적인 수행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TEACCH 기반의 구조화 전략입니다.
부모님이 매번 말로 알려주는 대신,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나 글자, 순서표 등을 환경에 배치하여 스스로 다음 행동을 확인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구조화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단순히 지시를 잘 따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인의 반복적인 도움 없이도 아동이 일상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2. TEACCH 구조화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TEACCH 기반의 구조화 교수에서는 아동이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합니다.
가정에서 구조화 전략을 적용할 때는 다음 네 가지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동이 지금 해야 할 활동을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 돌아온 후 신발 정리, 양말 정리, 손 씻기 중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둘째, 어디에서 해야 하는가?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물건의 위치를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신발은 신발장에, 양말은 정해진 바구니에 넣도록 그림이나 사진을 붙여놓을 수 있습니다.
셋째, 얼마나 해야 하는가?
활동의 양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단순히 '공부하기'라고 제시하는 것보다 '국어 문제 2장 풀기'처럼 완료해야 하는 양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끝나면 무엇을 하는가?
현재 활동을 마친 후 어떤 활동이 이어지는지 알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숙제를 마친 후 10분 동안 좋아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성하면 아동은 부모님의 설명을 계속 듣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활동과 순서, 완료 기준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구조화란 아동에게 필요한 정보를 말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속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가정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구조화라고 하면 집 안에 복잡한 시간표를 붙이거나 많은 시각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일과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부모님이 반복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일상생활 활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외출 후 현관에서 해야 할 일'을 구조화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평소 부모님이 신발을 정리하라고 말하고, 다시 양말을 벗으라고 지시한 후, 양말을 통에 넣도록 알려주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절차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① 신발을 벗고 신발장에 넣기
② 양말 벗기
③ 벗은 양말을 바구니에 넣기
위 세 가지 행동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만들어 현관에 붙여놓습니다.

아동은 집에 돌아온 후 절차표를 보고 첫 번째 행동부터 순서대로 수행하도록 연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차표를 붙이는 것만으로 모든 행동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스케줄 봐"라고 짧게 알려주거나 다음 활동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는 등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후 아동의 수행 수준에 따라 이러한 도움을 점차 줄여나가야 합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부모님의 언어적 지시 없이도 아동이 시각자료를 확인하고 스스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4. 모든 아동에게 같은 시각자료를 사용하면 될까요?
구조화 전략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동의 현재 이해 수준입니다.
시각자료라고 해서 모든 아동에게 그림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동의 능력에 따라 실제 사진, 그림, 글자 등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진을 활용하는 방법
상징적인 그림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동에게는 실제 생활환경이나 물건을 촬영한 사진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사용하는 신발장과 신발을 직접 촬영하여 제시하면 활동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림을 활용하는 방법
사물이나 행동을 그림으로 표현했을 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아동이라면 일반적인 그림카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신발 정리하기, 손 씻기, 장난감 정리하기 등의 활동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순서표를 만드는 것입니다.
글자를 활용하는 방법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아동이라면 간단한 단어나 문장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신발 정리 → 양말 정리 → 손 씻기'와 같이 글자로 구성된 절차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과 해당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행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자료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읽기 능력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자료를 보고 실제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5. 구조화된 환경에서도 아동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시각자료를 준비했다고 해서 아동이 처음부터 모든 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활동이거나, 시각자료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일부 행동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적절한 촉구(Prompt)를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양말을 벗은 후 정리하지 않는 아동에게는 양말 바구니를 가리켜 주거나, 필요하다면 직접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체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동이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되, 이후에는 촉구를 체계적으로 줄여 독립적인 수행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또한 처음에는 절차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을 때 아동이 좋아하는 활동이나 강화물을 제공하여 목표 행동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관에서 해야 할 세 가지 활동을 모두 마친 후 좋아하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입니다.
단, 강화물을 제공한다고 해서 무조건 행동이 증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해당 결과가 아동의 행동을 증가시키는지 확인하면서 적용해야 합니다. 처음에 절차별로 수행하는 것이 자리잡힐 때까지는 강화물을 사용하되, 습관처럼 독립적으로 수행하면 그때 서서히 강화물을 제거하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아동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다섯 가지 행동을 모두 수행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한두 가지 활동부터 연습한 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6. 구조화 전략은 다양한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구조화 전략은 현관에서 신발과 양말을 정리하는 활동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난감 정리하기
놀이방에 블록, 자동차, 인형 등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을 구분하고 각각의 그림을 붙여놓을 수 있습니다.
아동은 부모님이 매번 정리할 위치를 알려주지 않더라도 그림을 보고 해당 장난감을 알맞은 장소에 정리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숙제 및 학습활동
공부방에서도 활동의 순서와 완료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학습 순서를 정할 수 있습니다.
08:00~08:30 국어 숙제
08:30~08:40 쉬는 시간
08:40~09:10 수학 숙제
이러한 시간표와 함께 실제 시계, 과제함, 완료함 등을 활용하면 아동이 현재 해야 할 활동과 다음 활동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아동이라면 구체적인 시각 대신 '국어 숙제 → 쉬는 시간 → 수학 숙제'와 같이 활동 중심의 순서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7. 구조화 전략의 최종 목표는 독립적인 일상생활입니다.
TEACCH 기반의 구조화 전략을 활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구조화의 목적은 아동이 평생 시각자료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일부 아동에게는 시각자료가 장기간 필요한 지원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각자료의 사용 여부 자체가 아니라, 아동이 성인의 반복적인 지시나 도움 없이도 자신의 일상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가입니다.
아동이 충분히 익숙해진 활동에서는 시각자료를 단순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다른 환경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활용하도록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조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동이 해당 행동을 아직 습득하지 못했다면 별도의 기술 교수 과정이 필요하며, 시각자료만으로 독립적인 수행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의 현재 수행 능력과 학습 특성을 평가하고, 필요한 교수방법과 구조화 전략을 함께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가정에서 아동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지시하고 도와주는 것만큼이나, 아동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님이 여러 번 설명해야 하는 활동이 있다면, 그 상황부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아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지,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는지,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환경에 배치해 보시기 바랍니다.
'말로 반복하기보다, 환경이 알려주게 만들기.'
이것이 가정에서 시작할 수 있는 TEACCH 기반 구조화 전략의 핵심입니다.
남양주ABA연구소는 아동의 개별적인 발달 수준과 행동 특성을 고려하여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뿐 아니라, 습득한 기술을 실제 일상생활에서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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